마지막 배웅을 마치고 연구실 의자에 몸을 던진 매카시 박사는 노곤함을 느꼈다. 하노버의 여름은 싱그러웠지만 지난 약 두 달 동안 그는 계절을 잊고 지냈다. 정력과 시간을 쏟아부은 그에게 육체의 피곤함은 당연했다. 여러 사람들이 다트머스 대학교의 수학과 건물 꼭대기 층에 모여서 인공지능에 관하여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인간의 지능을 컴퓨터가 대신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이들을 한곳에 모으고 토론을 진행하는 일에 그가 앞장선 이유는, 인공지능의 가능성에 대한 흥분 때문이었다.
그가 다트머스 대학교에 오게 된 것은 행운이었다. 만약 계속 스탠퍼드의 조교수로 남아 있었다면 여전히 미분방정식을 붙잡고 있었을 것이다. 재계약 후보 세 명 중 자신이 탈락자가 되었을 때는 참으로 아찔했었다. 하지만 다트머스 대학교에서 갑자기 여러 교수들이 은퇴한 덕분에 그는 쉽게 자리를 구할 수 있었다. 그뿐인가? 여기서는 예전부터 관심을 가졌던 컴퓨터 연구를 할 수 있었다.
미국 동부는 컴퓨터 연구의 발아 장소였다. 최초의 전자식 컴퓨터가 만들어진 이래로 동부를 중심으로 학교와 기업에서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프린스턴 대학원 시절에 알고 지내던 마빈 민스키가 하버드에 있었고, 벨 연구소에 잠시 있을 때 만났던 클로드 섀넌도 근처에 있었다. 그리고 IBM 704 모델 덕분에 알게 된 나다니엘 로체스터도 뉴욕에 있었다. 모두들 컴퓨터의 무한한 가능성에 매료된 사람들이었고, 인간의 지능을 컴퓨터에 부여하는 일에 관심이 많았다. 그가 워크샵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놓았을 때 그들은 한마음이 되어 주었다.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을 모아서 밀도 있게 논의해 본다면 어떨까? 컴퓨터로 인간의 지능을 구현하는 일이 더욱 빨라질 수 있으리라 매카시 박사는 확신했다. 대학이 여름 방학에 들어갔을 때가 가장 적기였다. 그는 민스키 박사, 로체스터 박사, 섀넌 박사 등과 함께 제안서를 작성해서 록펠러 재단에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그는 제안서의 제목을 ‘인공지능에 관한 여름 연구 프로젝트’라고 붙였다. 자신이 붙인 ‘인공지능’이라는 표현이 마음에 들었다.
록펠러 재단은 필요한 자금의 절반 정도만 지원해주었다. 원래는 영국과 미 서부 지역의 연구자들도 초대하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 했다. 참가자들도 여름 내내 함께 해주지는 못했다. 결국 전체 일정을 함께 할 수 있었던 이는 매카시 박사와 아주 소수의 사람들이었다. 못내 아쉬웠다. 그리고 논의의 결과물도 기대에 못 미쳤다.
늘어진 몸을 곧추세우며 매카시 박사는 생각을 가다듬었다. 인간 수준의 인공지능은 이제 확고하게 그의 목표로 자리 잡았다. 그 목표로 어떻게 가야 할지에 관한 윤곽을 이번 워크샵을 통해 조금은 잡은 듯싶었다. 신경망보다는 기호를 이용한 논리적 접근이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리스트 구조를 활용한 구현이 바람직해 보였다. 그는 이 미지의 세계에 누구보다도 먼저 뛰어들었다는 사실이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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