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쿡​*​

컴퓨터 과학 연구의 대부분은 효율적인 알고리듬들을 엄청나게 많이 설계하고 분석하는 일이다. 알고리듬이 (계산 복잡도의 관점에서) 중요해지려면 좀 특별해야만 한다. 단순하든가, 아니면 중요한 문제를 해결할 때 깜짝 놀랄 정도로 빠른 방법을 제공해야 한다.

1982년 튜링상 수상 강연 중에서​1​

스티븐은 갑자기 커피가 당겼다. 너무 오래 책상에 앉아 있었던 모양이다. 신선한 바람도 쐴 겸,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의자에서 엉덩이를 떼는 순간, 어깨와 등에서 통증이 느껴졌다. 근육들이 힘들다고 성내고 있었다. 스티븐은 허리를 곧추세우며 쓴웃음을 지었다. 어제 너무 무리했던 모양이다. 하기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요트를 조정하며 보냈으니 몸이 놀랄 만도 했다.

토론토 대학교에 자리 잡은 지 어느새 일 년이 훌쩍 지났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온화하고 쾌청한 날씨에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는 토론토가 마음에 들었다. 우선 그의 고향이 가까이 있었다. 온타리오 호수만 가로지르면 그가 태어나고 자란 버펄로가 금방이었다. 그리고 학부를 보낸 미시간 대학교와 박사 과정을 다녔던 하버드 대학교가 미국 북부에 있었다. 캘리포니아 버클리에서 보낸 몇 년의 시간이 오히려 어울리지 않아 보일 정도였다.

하버드 대학교에서 학위를 받고 버클리 대학교에 계약직 조교수로 채용될 때만 해도 그는 버클리에 뼈를 묻을 생각이었다. 비록 학생 운동 때문에 교정이 최루탄으로 자욱할 때가 많았지만 날씨는 온화했고 무엇보다도 그는 사랑하는 아내를 그곳에서 만났다. 하지만 4년이 지나고 종신 교수 대상자에서 탈락했다는 통고를 받았을 때는 정말 아찔했다. 특히나 그의 아내는 버클리에서 태어나서 자랐기 때문에 그곳을 떠나야 한다는 사실에 힘들어했다.

다행히도 그에게 관심을 주는 곳들이 있었다. 예일 대학교, 워싱턴 대학교, IBM 연구소 등에 이력서를 내고 훌쩍 가족과 함께 여행을 떠났던 그에게 예일 대학교가 연락을 주었다. 그리고 의외의 곳에서도 연락이 왔다. 캐나다에 있는 토론토 대학교였다. 토론토 대학교의 컴퓨터 과학과는 젊은 교수를 찾고 있었고, 버클리 대학교에 있던 누군가가 그를 추천했던 것이다. 면접을 위해 아내와 함께 토론토를 방문한 그는, 토론토 대학교가 마음에 들었다. 다행히 그의 아내도 같은 생각이었다.

토론토가 좋은 또 다른 이유는 거대한 온타리오 호수 근처에 있다는 점이었다. 버클리에 있을 때 요트에 맛을 들이기 시작했던 그는, 온타리오 호수에서 그 취미를 계속 이어 나갈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바다 같이 드넓은 호수에서 바람을 가르며 요트를 타고 나면 언제나 재충전되는 느낌이었다.


팀 호튼즈Tim Hortons에서​†​ 커피를 사 들고 연구실로 돌아온 스티븐은 좀 전까지 들여다보았던 논문을 다시 손에 잡았다. 최종본 제출이 얼마 남지 않은 논문이었다. 이미 채택된 초고를 그대로 제출해도 되지만 자꾸 욕심이 생겼다. 컴퓨터 과학과에서 정교수로 올라서려면 뭔가 한 방이 필요했다. 그런데 그 한 방이 지금 그의 머릿속에 있었다. 그걸 지금 터뜨릴 것인가, 아니면 다른 기회를 만들어 터뜨릴 것인가, 그는 계속 갈등하고 있었다.

그는 타자기로 몸을 돌렸다. 컴퓨터 과학 분야는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뜨겁게 성장하고 있었다. 똑같은 내용의 연구가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알 수 없었다. 이미 논문 편집자의 양해도 구한 상태이므로 더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스티븐은 머릿속에 정리되어 있는 것들을 천천히 끄집어냈다. 그는 이것이 새로운 이정표가 될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그러나 그를 유명하게 만들어 주리라고는 상상도 못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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